원앤제이갤러리 - 오종 개인전 낮은음으로부터

갤러리 전체가 텅 비어있는 것 같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무막대, 미세하게 반짝이는 실, 가는 철사가 곳곳에 매달려 있다. 주의를 기울여 발을 딛고 나무와 철사와 실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그 끝에 또 하나의 나무 막대가, 작고 파란 구슬이 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작품을 다시 바라볼 때 재료들이 공간을 펼쳐낸다. 전시 공간 곳곳에 스며있는 작은 공간들을 찾아내며 이동한다. 매 순간,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에 무엇인가 생성되고 있는 시작점들을 발견한다.










떠 있는 것들은 모두 반짝인다
안소연 미술비평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동공처럼, 빈 방에 몇 발자국 들어서면 작고 파란 구슬이 반짝인다. 발 밑으로 하강하는 계단 모서리에 불가능하게 멈춰 서 있는 파란 색의 유리 구슬은, 제 형태가 갖고 있는 내부의 힘과 제 형태를 둘러싼 외부의 힘 사이에서 정지해 있다. 이 파란 점은 "모서리의 돌"처럼 보이지 않는 벽들을 지탱하며 이 큰 공간 전체의 균형을 담당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비약적인 암시와 상상을 불러온다. 발 밑에 놓였던 구슬은 계단으로 하강하던 몸이 그 계단 끝에서 부채꼴의 호를 그리며 회전할 때 다시 눈 앞의 어떤 한 점으로 나타나 허공에 반짝이는 환영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지새는 달"이라는 말이 있다. 먼 동이 틀 때 서쪽 하늘에 떠 있는 반달을 부르는 이름이다. 지새는 달은, 밤새도록 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며 천천히 움직이다가 해가 뜨면 노란 빛을 거두고 흰 색을 띠며 허공에 잠시 머물다 태양 광선 속으로 사라진다. 지새는 달을 본다는 것은, 밤과 낮의 경계에서 땅에 눞혀 있던 감각을 다시 일으켜 세워 허공을 응시하는 것으로, 그 밤과 낮 사이 공백의 시공간에 현존하는 수수께끼 같은 실체에 대한 상상과 지각을 동반한다. 파란 구슬에서 시작된 (몸의)하강과 상승, 정지와 회전 같은 움직임의 연쇄가 거대한 중력이 다스리는 발 아래의 감각을 조율한다면, 사방에서 밀려 들어오는 채광과 공간 모서리마다 드리워진 그림자가 서로 교차하며 요동치는 허공에는 지새는 달처럼 유령같은 형상의 출현이 시선을 붙든다. (하략)
낮은음으로부터
오종 (@jong__oh)
22.08.29-09.30
원앤제이갤러리 (@oneandj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