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지오르지오 바사리 Giorgio Vasari (1511-1574)

biitmul 2022. 10. 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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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르지오 바사리의 자화상

지오르지오 바사리(조르조 바사리) Giorgio Vasari
1511 - 1574
 

지오르지오 바사리는 후기 르네상스, 매너리즘 시기의 예술가이다. 그는 회화, 건축에도 다양한 업적을 남겼지만, 200여 명의 르네상스 예술가들을 정리한 책 [르네상스 미술가전 Le Vite de'più eccellenti pittori, scultori, ed architettori]의 저자로 가장 유명하다. 당시 예술 사조는 미켈란젤로 이후 더 이상 창조적인 정신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하는 노력보다 양식에 치중하여 도태되는 양상이었다. 바사리는 후대에 매너리즘이라 이름 붙여진 이 시대를 마냥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르네상스라는 최고 전성기를 넘어 쇠퇴의 시기를 지나면 다시 생성의 시기가 올 수 있다고 희망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시대에 유행한 양식들의 개념과 근원을, 이러한 예술의 발전과 퇴보의 원인을 후대에 전하여 궁극적으로는 예술을 부흥시키고자 하였다. 바사리는 이 책에서 예술가의 생애와 그들 개인의 개성에 집중하여 그들의 역사를 바탕으로 미술사를 설명했는데, 이는 최초의 미술사 서술 방법이 된다. 

[르네상스 예술가전]은 14세기에서 16세기의 건축가, 화가와 조각가들 200여 명의 생애와 작품이 기록되었는데, 바사리는 시대를 세 단계로 나누어 당대의 예술 지식들을 모아 하나의 체계로 정리하고자 했다. 바사리는 “예술이란 사소한 출발점에서 조금씩 진보를 계속하여 마침내는 완성의 정상에 이르며, 그것을 예술의 고유한 특징”이라 하며, 14세기는 새로운 예술의 유년기, 15세기는 청년기, 16세기는 완성기라고 표현했다. 따라서 14세기의 미술은 불완전하지만 후대 양식의 밑거름이 되며, 15세기는 예술의 정확성과 구성력으로 대표되는 놀라울만한 성장을 나타내고, 16세기는 그 발전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본다. 


바사리는 그 시대의 예술 작품의 가치를 예술적 지식을 통해 판단하려고 했고, 이 작업을 위해 직접 면밀하게 관찰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이 책에는 바사리가 정의한 다양한 예술 사상들이 등장하는데, 대표적으로 르네상스의 어원이 되는 르네시타(renascita), 다양한 양식들을 설명하는 마니에라(maniera), 소묘를 의미하는 디제뇨(disegno)등이 있다. 바사리는 자신의 시대에 그리스 고전 예술이 다시 부활하였다는 의미로 르네시타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바사리는 지금까지 자연을 모방하려 애쓴 많은 예술가들의 노력은 알지만, 신이 내려준 은총으로 표현되는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예술가들을 내세우며 그들을 이기려고 해도 뛰어넘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은 조금 안타깝게 들리기도 하지만, 바사리는 또한 성실과 근면을 강조하며, 모방과 학문적 지식 습득의 노력을 통해 위대한 예술을 이뤄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창조적 상상력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하며, 다양한 표현을 통해 자연의 모방을 넘어서서 진정한 예술을 이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자연이 항상 완벽하게 조화로운 것도 아니며, 자연에 대한 정확한 모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예술의 정신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개별적인 경험들을 새로운 전체로 결합시키는 예술가 자체의 “비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예술가에 의해 표현되는 예술(회화,조각,건축)이 자연보다 더 완벽한 비례와 조화 즉, “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바자리의 업적은 물론 미술사적인 부분에서 위대하다 할 수 있지만, 그 시대의 예술을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역사가의 정신에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만약 그가 이 책을 저술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시대의 양식을 분류하고 정의하는데 수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하고, 그것이 정확한지의 여부도 모르는 채 있어야 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후대 사람들이 기록에 대한 열망과 시도를 계속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디자인 과제를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면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전 과제와 별반 다르지 않고,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며 힘이 빠지기 일쑤다. 바사리는 내가 (천재가 아니라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 배웠던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노력과 공부를 하여 이러한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미학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와닿지 않던 말들이 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깨달을 수 있게 된 것에 매 번 놀란다. 현대에 사용되는 많은 용어들의 유래가 오래 전, 예술과 관련된 배경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신기하다. 


바사리가 말하는 미의 관점은 우리가 물론 자연에서도 찾을 수 있겠지만, 예술가가 표현하려는 것이 단순한 자연의 모방이 아니라 예술가의 의도와 선택에 의해 더욱 아름답게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그리고 그로 인해 예술가들의 다양한 상상력들이 화폭과 재료들에 담기게 되고, 우리는 그 그림과 조각들을 보며 한 층 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나도 한 명의 예술가로써 꼭 붓이나 정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바사리에 따르자면 그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지오르지오 바자리의 미술사관, 양건열
꼭 읽어야 할 예술이론과 비평 40선, 도널드 프레지오시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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