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 보안여관에 흥미로운 전시를 하는 것 같아 서촌에 간 김에 들렀다.
서촌은 어딜 가든 걸어서 이동할 수 있어서, 근데 그 걸음이 즐거울 수 있는 동네라 참 좋은 것 같다.
보안여관 맞은 편으로 보이는 경복궁 서문과 그 돌담, 높이 뻗은 은행나무에 비친 늦은 오후의 햇살은 가을에 특히 아름답다.


고등어, 이제, 이해민선 [워키토키쉐이킹 Walkie-talkie-shaking]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 아트스페이스 보안 1,2,3
2022.09.27-10.23
1층




이해민선 작가 인스타그램에 가보니 소개글에 나는 페인터가 아니다 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작품을 보니 어렴풋이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깁스인지 모르고 그림을 보았을 때 뭔지 모를 아픔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졌었다. 누군가가 착용했던 깁스를 본떠서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앞으로의 작품이 더 기대된다.







이 시리즈 중에서 나는 맨 아래 두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언제나 자유를 추구하므로) 안그런듯 해도 어떤 구조 안팎에서 역동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자연을 만나는 것, 또는 인공적인 것에서 자연적인 것으로의 '열림' 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2층





롤랑바르트 [사랑의 단상]의 구절들







이제 작가의 이 작품이 정말 좋았다.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서 너무 좋았는데 제목이 미래기억이다... 제목 미쳤ㅠㅠ
내가 작품 속에서 어딘지 도래하지 않은 곳을 걸어가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보안여관 2층 통로를 걸어들어가야 자세히 볼 수 있는 그림이라 걸린 위치도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크지 않은 종이들에 한 사람이 그린 그림이 어떻게 이렇게 다채로우면서도 한결같을 수 있는거지 ?
요즘에는 작가들의 반복적인 수행성, 자기 고유의 스타일 개발과 확장,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힘에 관심이 많이 간다.
이렇게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얼마나 많은 노력과 반복의 시간들, 수없이 많은 시도와 예기치 못한 결과물로의 이행 과정을 겪고 있을지, 나는 내 삶의 어떤 부분들에서 그런 순간들을 쌓아나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눈에 들어온다는 것은 내가 이제는 그렇게 하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 그렇게 해야한다는 단계의 도래,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역량의 생성을 감지하는 순간이 아닐까. 조금은 용기를 내 본다.
급하게 보느라 지하층을 관람하지 못했다.
지하 2층까지 있다는데, 다른분들은 꼭 관람하시길..
고등어, 이제, 이해민선 <워키토키쉐이킹 Walkie-talkie-shaking>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 아트스페이스 보안 1,2,3
2022.09.27-10.23
워키토키쉐이킹, 나와라 오버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의 2022년 하반기 기획전시 《워키토키쉐이킹Walkie-talkie-shaking》은 고등어, 이제, 이해민선 작가가 참여하며 각 작가들이 관찰하는 주체의 주변을 배회하고 소통하여 재해석한 장면들을 살펴보려 한다.
워키토키Walkie-talkie는 흔히 상용화되어있는 휴대용 송수신기 무전기를 의미한다. 전파를 이용해 특정 인물과 음성 혹은 영상을 통신할 수 있지만 동시 수신이 불가한 기기다. 또한 주파수를 통해 통신을 하기에 출력 거리가 정해져있고 사정거리 이내에서 움직여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즉 워키토키는 상대의 근처에 위치해있어야 각자의 전달 메시지와 지점을 발생시켜 쌍방향 소통을 이룰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고등어, 이제, 이해민선 세 작가들이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상대와 지점은 각기 다르지만 그 주위를 감돌며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과의 소통을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도출된 장면들은 기존의 시각을 흔들며 익숙하되 낯선 장면으로 구성되어 우리에게 전달된다.
《워키토키쉐이킹》에 참여하는 고등어 작가는 (현실과 현실을 바탕으로 한 가상) 인물과 이미지 혹은 목소리를 통해 연상된 장면들을 순차적으로 나열한다. 이를 통해 내러티브 이미지를 발생시키고 신체 이미지로 확장시킨다. 이들과 교신하며 개별적 이미지를 찾아 그들에게 새로운 신체를 부여하고 구체화시킨다. 고등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간 작업했던 연필 드로잉과 노란, 파란, 흰색과 빛으로 풀어낸 회화 작업에서 나아가 다채로운 장면을 해석하고 구성한 대형 회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제 작가는 본인을 포함해 주변을 둘러싼 모든 개별적 존재들 사이의 ‘중력’이라는 공통된 조건 속에서 이들을 관통하는 공동 경험에 주목한다. 이 경험 속에서 발생한 관계와 이미지들 중 밀려나거나 전제되어 있는 풍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며 흩어져있는 객체들을 한 화면 안으로 모아 그 시간의 풍경을 반영한다. 이제 작가는 이 장면들을 온전한 재현이 아닌 현실이 풀어지는 상태로 변환시켜 작품 안에서의 세계를 새로 구성하고자 한다.
이해민선 작가는 시선의 중앙이 아닌 주변에 무익하다 여겨지는 것의 내면과 외면을 연결하여 살펴보는 시각을 발굴하고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이끌어낸다. 작가와 마주하고 있는 표면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사물이 가진 인간성과 생명력을 찾고 이를 관통하는 의식을 보여준다. 이는 이해민선 작가만이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주변에 존재하기에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하는 또 다른 태도를 작가가 제시하는 것이다. 이해민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에 다뤘던 대상들의 범위가 확장되어 인간의 신체에서 벗어난 껍데기에 주목하며 작가와 그 주변의 관계가 넓어짐을 회화와 설치 작품으로 풀어낸다.
워키토키는 스피커보다 안테나가 중요하다. 스피커를 통해 출력되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항시 세워져있는 안테나를 통해 정확하고 더 멀리 서로의 목소리를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즉 무전기의 반이중방식 양방향은 말을 전달하는 것보다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는 행위가 더 중요한 것이다. 고등어, 이제, 이해민선 작가는 본인들의 언어를 상대에게 무분별하게 전달하기보다 차분히 쌍방향 소통을 하며 그 순간의 장면과 흐름을 읽어간다. 이번 《워키토키쉐이킹Walkie-talkie-shaking》 전시에서 세 작가가 각자 교류하며 풀어낸 양방향 전달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펴보며 우리도 함께 그의 목소리와 응답을 기다려보려 한다.
오버.
박승연 (보안1942 큐레이터)
출처 : 보안여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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