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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안갤러리 서울 - 이건용 개인전 Reborn

by biitmul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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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갤러리에서 이건용 화백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대구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리안갤러리의 서울 지점은 처음 방문하는 것이다.
 

북극곰이 전사된 페인팅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이건용 작가의 시그니처이기도 한 커다란 하트 페인팅이 관객을 반겨준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하트 아래로 뭔가 있다. 가까이가서 들여다보니 북극곰이다. 다른 쪽 벽에 있던 더 큰 대형 작업의 아래에는 바다가 깔려있다. 지금껏 캔버스 위에 그려진 회화작업만 만나왔었는데, 이번엔 사진이 전사된 캔버스 위에 신체 드로잉이 그려졌다. 
 

이건용 화백의 설명이 흘러나오는 영상을 보니 이처럼 회화에서의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일종의 재탄생, 전시제목 Re-born인 것이다. 표갤러리에서 보았던 김태호 작가도 그렇고 이건용 작가 역시 자신의 개성이 뚜렷한 시리즈를 가지고 있음에도 멈추지 않고 새로운 형식, 보다 확장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미 연로 화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법한데도 멈추지 않는 열정이 정말이지 존경스럽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계단에서부터 나뭇가지를 이어붙여 전시장 천장을 가로지르는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환경, 세상을 실제 세상에서 포착한 이미지와 추상적인 신체 드로잉이 결합된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 
 

예전에 현대갤러리에서 이건용 개인전을 할 때에는 뭔가 포토제닉하고, 알록달록하고, 신체드로잉이 극한으로 상업화될 수 있다면 나올법한 회화 작품들이 걸려 있었는데,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의 사유와 문제의식이 보다 전면으로 드러난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다. 
 
 

작품 아래에 전사된 사진들이 기존의 회화에서보다 깊이감을 연출하며 다양성을 만나보게 했다. 밑칠이 되어 있는 캔버스 보다는 사진이 프린트된 매끄러운 부분 위에 그려진 물감들은 투명성과 흘러내리는 성질을 강화하여 보여주었다. 기존의 회화보다 훨씬 유동적으로 화면을 구성하며 흥미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낸 것 같다.
 
 

작품이 다채로워서 하나하나 구경하는데 정말 재미있고 다양한 생각들을 떠올리게 되었던 것 같다.
 
 

작품이 다채로워서 하나하나 구경하는데 정말 재미있고 다양한 생각들을 떠올리게 되었던 것 같다.

이건용 작가님은 SNS를 굉장히 활발하게 운영하시는 분이기도 하다. 리안갤러리 방문 후 작품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며 작가님을 태그했더니, 작가님 스토리에도 올려주시고 메시지 답장도 주셨다. 계정을 직접 관리하시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젊은 세대 팬들을 모두 팔로우해주고 활발하게 소통하시면서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해주셔서 감사하고 흥미로웠다.
 
그림이 많은 것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비교적 이해하기 쉽고 다가가기 쉬운 만큼, SNS를 통해 사람들과 허물없이 소통하시는 모습에서 회화에 대한 열정을 넘어 예술과 인간에 대한 열정, 삶에 대한 열정도 느낄 수 있었다. 
 
 


이건용 <Reborn>
2022.8.25-10.29
리안갤러리 서울

 

리안갤러리 서울은 한국 행위예술의 선도적 역할을 하였으며 일련의 전도적 행보로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 ‘이건용 작가의 세번쨰 개인전 ‘Reborn’을 개최한다. 기존의 신체드로잉에 변주를 가한 다양한 스케일의 회화 및 설치 작품2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를 통해 국제무대로 발돋움한 작가의 예술세계를 살펴보고 한국 현대미술사에 남긴 자취를 살펴보고자 기획되었다.

이건용 작가가 화단에 등단했던 1960년대는 포스트 모더니즘을 비롯한 서구의 새로운 미술양식과 패러다임이 각종 양서를 통해 국내 미술계로 유입되던 시기였다. 이건용은 동료 작가 및 평론가와 함께 Space & Time과 AG(아방가르드)그룹을 창립 및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해외의 새로운 정보나 당시 미술계 동향을 파악하며 미술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학창 시절 접했던 메를로 퐁티의 형상학과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과 더불어, 당시 이런 이론적 학술 모임을 통해 예술 철학의 근간을 형성한 작가는 서양의 관념적 미술문화를 대중에게 친숙한 현실세계의 영역으로 끌고 왔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으며 한국 실험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대략 반세기의 기나긴 예술 여정 동안, 작가는 기존 미술의 범주 바깥에서 미술을 바라보고자 노력하였다. 이건용은 당대의 사회 이슈에 대한 다각적인 고찰을 다채로운 실험미술, 설치미술,퍼포먼스에 녹여내며 관객들과 함께 호흡해왔다. 이런 그의 작품 활동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소통’이다. 특정 계층이 향유하던 관념론적 사유에 갇힌 서구의 미술 이론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견지하고 있던 작가는 1976년 서울 출판문화회관에서 신체드로잉(Bodyscape) 시리즈를 발표함으로써 기존의 회화 문법을 거부하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새로운 회화의 진화를 알렸다.

점차 논리에서 삶으로 확장된 그의 예술 언어에는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느낀 당시의 시대상황을 통렬하게 꼬집는 사회적 메시지가 녹여져 있다. 작가는 대중 일반 생활에 밀접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시대에 대한 사유와 작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출처 : 리안갤러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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